탄원서를 보냈습니다.

우리동네 활동 소식 2011/06/17 15:07 Posted by gomgoem
6월 10일, 서울시의회 최강선 의원, 중구청 최창식 구청장, 서울시 오세훈 시장에게 탄원서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최강선 의원 앞으로 보낸 탄원서 내용입니다. (주민 실명은 삭제 처리.)




탄 원 서

 

 

수 신 최강선 서울시의원

발 신 박00 외 중림동 주민들

 

 

최강선 서울시의원님,

탄원인들은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반경 250m 이내에 위치한 중림동 392~401번지 일대의 주민들입니다. 이 동네는 80년대에 한 번 개발이 이루어진 동네로 재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동네입니다.

그런데 2009년부터 중구청이 충정로 역세권 시프트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하겠다면서, 주민들의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에, 많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음을 알리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이 일대를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하는 결정을 일방적으로 내리지 않도록 힘써주시라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 탄원을 올립니다.

 

최강선 서울시의원님,

저희는 이 동네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습니다. 옆 동네 삼성아파트 자리에서 살던 시간까지 합하면, 평생을 살아온 셈입니다. 이 동네는 저희의 고향이자 터전이고 뿌리이자 열매입니다.

저희들 중 많은 주민들은 90년대 말 지금의 삼성아파트 자리가 개발되기 전 그 동네에 거주하기도 했습니다. 그 동네는 구급차나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도 많았고 집들도 낡아서 부득이하게 개발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고 한 동네에서 어울려 지내던 이웃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기억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픕니다. 서울시 뉴타운의 원주민 재정착률이 17%다, 이런 뉴스들을 보면 아마 이 동네의 운명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의 필요성이 있어 개발을 하더라도 주민들이 계속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한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중림동은 개발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개발을 하고 나서 주민들이 계속 어울려 살 수 있는지도 불투명합니다.

한때 뉴타운이다 뭐다 하면서 개발 바람이 불었지만, 요즘엔 이미 지정된 개발 구역도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뉴스가 아니더라도, 옆 동네의 아현뉴타운과 북아현뉴타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눈으로 귀로 보고 듣는 저희들은 개발로 이 동네도 저 지경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인근의 북아현동에서는 대지 15평에 건평 약 36평 빌라를 가진 주민이 32평 아파트를 신청했는데 추가 부담금이 3억 원이나 나왔다고 합니다. 이 동네에 그만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 돈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은 결국 이 동네를 떠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희들 중에는 대지 지분이 넓어 추가 부담금을 낼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이웃들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이 동네는 모두 798세대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다세대주택으로, 집주인이라 하더라도 대지 지분이 10평도 안 되는 주민들이 대부분입니다. 감정평가를 조금 잘 받는다고 하더라도 추가 부담금 없이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한참 좁은 집으로 들어가거나, 한참 먼 동네로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것이 주민을 위한 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동네의 발전을 위해서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같이 잘 사는 게 발전이지, 못 사는 사람들 내쫓고 잘 사는 사람들끼리만 모여 사는 것이 발전은 아니지 않습니까.

서울시 곳곳에서 개발의 실상을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이 무효 소송이다 뭐다 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이 동네도 조용하고 평화로웠는데 중구청이 개발을 추진하면서, 동네 사람들 간에 갈등도 생기고 있습니다. 개발 구역이 지정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려워지는 만큼 갈등도 더욱 증폭될 것입니다. 그러니 개발 구역을 지정하기 전에 주민들에게 충분히 상황을 알리고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구청이 주민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조장해서야 되겠습니까.

 

최강선 서울시의원님,

이 동네는 1980년대 초에 이미 자력재개발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한 동네입니다. 건물 137동 중 30년 미만의 건축물이 100동이고 40년 이상의 건축물은 5동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주택들이 노후불량주택이라는 건 부당합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과 그 시행령은 △건축물이 훼손되거나 일부가 멸실되어 붕괴 그 밖의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건축물, △공장의 매연․소음 등으로 인하여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지역 안에 있는 건축물, △당해 건축물을 준공일 기준으로 40년까지 사용하기 위하여 보수․보강하는 데 드는 비용이 철거 후 새로운 건축물을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건축물, △도시미관의 저해, 건축물의 기능적 결함, 부실시공 또는 노후화로 인한 구조적 결함 등으로 인하여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을 노후․불량건축물로 정하고, 그 비율이 일정 정도 이상 되는 경우 개발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정비사업을 추진하되, 굳이 정비사업이 필요하지 않은 지역에서 효용이 다하지 않은 건축물까지 철거하는 사회적 낭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림동 392~401번지 일대는 법에서 정한 노후불량주택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안전사고의 우려도 없고, 거주하기에 부적당한 지역도 아닙니다. 길마다 자동차도 다닐 수 있고, 동네 뒤편에는 공원도 있어 살기가 참 편하고 좋은 동네입니다. 조금 낡아서 수선이 필요한 집도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은 철거해서 새로 짓는 것보다 조금씩 고쳐 가면서 아끼고 사는 것이 더 낫습니다. 이 동네가 혹시라도 도시미관을 저해하기라도 합니까. 이 동네가 부끄러워서 중구청은 개발하려는 것입니까. 저희는 우리 동네가 부끄럽지 않습니다. 심각하게 노후하고 불량한 주택이 걱정이라면, 차라리 집수리 비용을 지원해주거나 해당 건축물만 재건축하도록 하면 되지 않습니까.

다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역세권 등 양호한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한 지역으로서 토지의 고도이용과 건축물의 복합개발을 통한 주택 건설․공급이 필요한 지역”을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주택이 절대 다수인 주거지역에 상업․공업 지역의 개발을 위해 시행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부적절하거니와, 30년도 안된 동네를 개발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일 뿐입니다. 장기전세주택이 서울시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살던 사람들을 내보내면서까지 지어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허물 필요가 없는 멀쩡한 집들을 모조리 철거하고 다시 집을 짓겠다는 것은, 누구나 지탄하는 과소비의 일종이 아닙니까.

 

최강선 서울시의원님,

중구청은 이런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에게 충분히 알리지도 않고,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주민설명회를 평일 낮 시간에 해서 가볼 수가 없었다고 하니, 공무원이 하는 말이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개발을 추진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면, “주민들의 민원이 많았다.”며 언제 어떤 민원이 있었는지 정확히 얘기해주지도 않습니다. 개발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은 굳이 민원을 넣을 필요가 없으니, 아마도 민원이 들어갔다면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이 넣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몇 사람의 민원이 동네 주민의 의사를 대표할 수는 없습니다.

중구청은 2010년 7~8월, 중림동 392~401번지 일대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중림 도시환경 정비계획 의견수렴 조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다수의 주민들은 정비계획이라는 게 무엇인지, 의견수렴 조사를 왜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모두 798세대가 살고 있는 이 동네에서 설문 응답자 수는 127세대밖에 되지 않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조사 결과로는, 그 중 100명이 찬성했다고 합니다. 개발에 관심이 없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예 설문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니, 대부분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고, 그래서 응답자 중 찬성하는 주민의 비율이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걸 두고 찬성이 88%로 훨씬 많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지금 받고 있는 구역 지정 반대 서명에 동참한 주민들도 벌써 100명이 넘습니다.

게다가 중구청에서 실시한 설문 내용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동네에 살면서 어떤 점이 불편한가를 묻고서는 바로 다음 항목에서 ‘개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 문항을 두었습니다. 불편한 점을 개선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선택지로 두는 것도 아니고, ‘개발’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도 설명하지 않고, 다짜고짜 개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대답하지 않겠습니까. 서울시 어디를 가나, 웬만한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발은 필요하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다만 거기에는 ‘언젠가’가 생략된 것입니다. 지금 당장 개발이 필요하냐, 개발이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러저러한 단점이 있는데도 개발을 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달라질 것입니다. 개발에 찬성한다고 대답하게끔 만들어진 설문은 의견수렴을 위한 설문이 아니라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겉치레일 뿐입니다. 아무리 구청이 개발을 하고 싶어 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친 설문지 아닙니까.

그리고 중구청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은 오히려 허위 정보들을 듣게 되고 있습니다. “집이 열 평 미만이라도 그냥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 “지하에 롯데백화점이 들어와서 집값이 올라갈 것이다.” 등의 말이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이런 유언비어가 주민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이런 정보에 대해 책임지지 않을 텐데, 거짓된 정보로 인한 피해는 모두 주민들이 입게 될 뿐입니다. 이런 유언비어를 막기 위해서라도 중구청은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알려서 주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의견을 물으려면 주민투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얼마 전 경기도에서는 이미 지정된 구역의 개발을 취소할지를 놓고 주민투표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안양 등에서는 사업성이 없다며 지자체가 사업 추진을 포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중구청은 계획이 수립되면 주민설명회를 열고 주민공람을 한다고 합니다. 그 기간에 의견을 내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 3월 8일 열린 주민설명회처럼 주민 일부만 참석할 수 있는 시간에, 개발의 장단점에 대한 설명은 일체 없는 설명회는 요식행위일 뿐입니다. 그리고 주민공람 기간에 의견을 낸다 한들, 이미 추진하기로 결정된 계획에 살을 붙이는 것밖에 안되지 않습니까. 중구청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개발을 계속 추진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설령 구청이 개발을 고집하겠다면, 개발이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를 낳을지 충분히 설명한 후, 정말 개발을 해야만 하는지를 묻는 주민투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강선 서울시의원님,

중구청 도시계획과는 충정로역 반경 250m 이내에 위치한 중림동 398번지 일대 약 18,192㎡를 역세권 시프트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하고자 2010년 5월부터 용역을 실시하던 중, △중림동과 아현동이 경계를 접한 부분이 지그재그로 주택이 붙어 있어 중림동만 분리해 개발하기 어렵고, △중림동과 아현동 경계부의 대로에 설치된 옹벽(높이 약 7m)이 차량 진출입을 어렵게 하고 도시 미관을 저해한다며, 아현동 일부를 포함하는 것으로 정비예정구역을 넓히려고 하고 있습니다.

중구청은 마포구청에 손기정공원길을 경계로 한 토지를 분할하여 도시환경정비예정구역에 편입 통합해달라고 협의 공문을 보냈고, 마포구청은 아현동 693~703번지 일대에 703-9번지 일원을 추가 편입한 토지 약 32,480㎡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건의한다고 회신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현동에서는 주민 1인이 경로당 건설 반대 서명자 명단을 복사해 ‘아현동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청원서’로 허위 제출한 사건도 있어, 아현동 주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6월 15일 열릴 예정인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아현동 일부를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에 포함하는 것을 안건으로 다룬다고 합니다. 도시계획위원회에 속한 전문가를 포함한 여러 위원님들이 현명하게 판단하시겠지만, 이와 같이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는 것을 모르실 것 같아서 최강선 서울시의원님께서라도 부디 이 사실을 알려주십사 하고 탄원서를 올립니다.

 

최강선 서울시의원님,

의원님도 아시다시피 최근 서울시는 개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개발 구역의 주민들은 원통해서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주민을 위한 개발이라며 추진되다가 막상 현실로 닥치니 가진 것 다 빼앗기고 쫓겨나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에서도 개발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적절한 개발 구역 지정부터 막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개발이 필요하다면 주민들 다수의 의견을 모아 주민들에게 가장 이로운 방식으로 평화롭게 개발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민들의 재산권이 걸려 있고, 오래 동안 거주하거나 장사해온 주민들의 주거권과 생존권도 걸려 있는 문제입니다.

 

최강선 서울시의원님,

의원님께서는 저희 주민들을 도와주실 것을 믿습니다. 저희 주민들은 구청이나 시청 앞에서 아무 힘 없는 개인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뭉치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의원님이 힘을 보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지금 개발구역을 지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명한 주민들의 명단을 첨부하여 우선 제출하니 참고해 주십시오. 추후 서명이 완료되면 다시 제출하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길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2011.6.9.

 

김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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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중림동 아현동 개발 구역 지정 반대 서명자 명단

 

※ 서명지 사본은 따로 첨부합니다. 서명이 완료되면 모두 제출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서명에 동참한 주민은 중림동 107명, 아현동 108명으로 모두 215명입니다. (그 외 아현동 주민 1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해 모두 300명이 넘으나 명단을 아직 받아보지 못해 여기까지만 정리해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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