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500%니까 찬성하라?

중림동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중 몇 분이 7월에 중구청 도시관리과를 만나고 왔지요. 반대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의견수렴조사를 다시 하고, 작년 조사 내용에 문제가 많으니 내용이나 방식에 대해서도 협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로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중구청에 물어보면, 계속 검토 중이라는 얘기만 하고, 안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을 돌리거나, 그때 얘기한 건 약속이 아니라 그냥 만난 거라는 둥 말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의견수렴조사를 할 생각이 없는 건가 싶어 주민 분들이 화를 내기도 하고 속을 앓기도 했습니다.

그랬는데 지난주에 이미 조사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것도 구청 공무원들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의견을 묻고 있었지요. 주민 한 명 한 명을 만나겠다는 자세야 나무랄 게 없겠지요. 하지만 만나서 개발에 유리한 얘기들만 하고 다니는 게 문제입니다.

일단, 중구청은 조사 내용과 방식에 대해 주민들과 협의하기로 한 약속을 완전히 무시한 잘못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사 내용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조사는 구역 지정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묻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역 지정 찬성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역세권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주택재개발사업과 비교하는 표를 그려놓고, 역세권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용적률이 500%까지 나오고 아파트 세대수가 훨씬 늘어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500%가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고 아파트 세대 수도 예시일 뿐입니다. 주민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개발의 영향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한 마디 없이, 환상을 부풀리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습니다.

조사 방식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구청 공무원들은 조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업체의 직원들과 함께 다니면서 찬성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세입자가 반대한다고 얘기했는데 구청에서 나온 사람이 대뜸 "아니, 임대아파트 주는데 왜 반대해요?" 이렇게 물어보더라니깐..." (9.5.)

"원래 반대했는데 구청 말대로 임대아파트 나오면 어떻게 할지 고민되네요. 저 윗동네는 거의 다 찬성으로 돌아섰어요." (9.6.)

구청 공무원에게 항의했지요. 임대아파트 다 준다고 해놓고 책임질 거냐고요. 그랬더니 하는 말이 "왜 제가 책임을 져야 합니까?" !!!

세입자들에게 임대아파트 입주권 나오지요. 가옥주들도 원하면 임대아파트 들어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다음 얘기지요. 15평이 안되는 임대아파트가 전세 1억 원 정도의 가격이라는 거! 게다가 이것 역시 앞으로 몇 년 걸릴 개발 사업 기간 동안 이 동네에 계속 살아야 받을 수 있는 건데, 조합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보내려고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거! 이런 얘기들을 일부러 하지 않음으로써 주민들이 왜곡된 정보를 가지게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동네 초입의 부동산에서도 개발을 홍보하느라 열심입니다. 여기가 개발되면 평당 5천만 원에 팔릴 거라는 등의 얘기를 하면서 찬성 서명을 모으고 있다고 하네요.

이런 건 내버려두면서 구청에서는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왜 반대를 선동하고 다니세요?"라고 묻습니다. 이쯤 되면 어이가 없을 따름이지요. 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잘못된 겁니까?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일이지요. 중구청은 오히려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조사를, 개발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면서, 반대하는 주민들은 가만 있으라 하니 기가 막힌 일입니다.

개발 구역 지정은 우리동네 주민 모두의 삶이 걸린 문제입니다. 재산도 걸린 문제이고요. 그런 결정을 최대한 신중하게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는커녕 개발이 최선인 양 몰아가기만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행태를 규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