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새 1년. 지난해 말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고 지난 9일 장례도 치렀지만, 서울 곳곳에 아직 '용산'이 있다. 3년째 철거사업이 진행 중인 상도동의 눈 덮인 산동네에도, 밀어붙이기식 개발에 항의하며 주민이 자살한 마포구 용강동에도, 우여곡절 끝에 이주협상을 타결해 뿔뿔이 동네를 떠나는 왕십리에도 있다. <오마이뉴스>는 참사 1주기를 맞아 수도권의 대표적인 철거 현장을 찾아보고 재개발정책의 대안도 고민해봤다. <편집자말>
  
서울시 성북고 삼선4구역 장수마을의 모습.
ⓒ 대안개발연구모임
대안개발

서울성곽을 따라 나있는 구불구불 얽힌 계단 사이로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대부분 40~50년 전에 '무작정 상경'한 이농민들이 빈 땅을 찾아 무허가로 지은 노후불량주택이다. 한 주소지 지번 안에 집이 2개씩 들어가서 자장면을 시킬 때도 '1번지 앞집'이라고 말해야 제대로 배달이 된다.

얼마 전 폭설이 내린 뒤 언론사에서 취재를 왔을 정도로 골목길은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파르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뿌려진 연탄재가 도시가스 없는 이 마을 사정을 보여준다. 이강제 주민대표는 "그래도 우리 동네가 눈은 제일 빨리 치웠다, 누가 말 안해도 집 앞을 청소한다"고 자랑했다.

어느 재개발 지역보다도 주거환경개선이 시급해 보이는 이곳은 서울시 성북구 삼선4구역. 주민들은 이 동네를 '장수마을'이라고 부른다. 이름에 걸맞게 주민들 대부분이 노인층이다. 빈곤층 독거노인도 많고, 자식들을 독립시킨 노인들도 많다. 워낙 집이 낡고 좁아 대가족이 생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어떤 건설사도 이 지역을 개발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았다. 2004년 재개발 예정지역으로 지정됐을 때는 잠시 대형 건설사들이 기웃거렸지만 결국 포기하고 나갔다. 문화재보호구역인 데다 경사가 심한 구릉지라서, 용적률(평균 130%)과 층수(최고 5층 내외) 등에 제한이 많다. 개발이익이 나지 않는다.

 

"다른 재개발지역 부럽지만 어쩌겠냐"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대안적 실험이 가능하다. 지난 2008년부터 녹색사회연구소·성북주거복지센터·주거권운동네트워크·한국도시연구소 등이 이곳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단체들은 그동안 장수마을의 지형적 조건과 주민들의 욕구, 주거형태 등을 조사하고 대안개발모델을 연구했다.

2009년 12월 이들이 발표한 대안개발의 목표는 '정든 이웃과 함께 계속해서 살 수 있는 마을 만들기'다. 마을 주민들이 머물 주택을 정비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주거환경을 개선한다. 더 나아가 주민공동시설도 확충하고, 역사문화적 공간으로 명품 골목길을 만든다.

이거 말은 다 좋은데 너무 장밋빛 아닐까? 이미 몇차례 재개발 계획이 무산되는 것을 지켜본 주민들도 이 청사진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강제 대표는 "과거에 (재개발 계획에) 속았던 경험이 있어서 자포자기한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곳의 대안개발을 현행 제도로 보면 '거점확산형 주거환경개선사업'이다. 표현이 너무 어렵고 생소해 남의 나라 언어 같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지역내 거점을 정해 그곳 주택을 집중 정비한다는 것이다. 거점 밖에서는 주민들이 각자 필요와 경제적 여건에 따라 주택을 개보수한다.

  
서울시 성북구 삼선4구역 장수마을의 모습.
ⓒ 대안개발연구모임
대안개발

이 동네 화장실만 해도 아직도 정화조 시설이 부족하다. 그나마 80년대까지 주택 바깥에 설치된 재래식 화장실이 많았다. 지붕은 비가 새고 조금씩 가라앉았다. 담장이나 벽이 갈라지고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 철근이 드러난 집도 많다. 이 정도가 되면 단순히 보기 싫고 불편한 수준을 넘어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대안개발팀은 이런 집들을 정비해 다세대 주택이나 원룸형·기숙사형 등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만들 계획이다. 이 중 40%는 공공임대주택(현행 의무건립비율은 20%)으로 짓는다. 또 경로당이나 관리사무소·어린이놀이터·공동부업작업장 등 주민복지시설도 만들 예정이다.

이같은 주택 유형은 1~2인 노인가구와 영세 가옥주가 높은 지역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게다가 인근 한성대학교 학생들이 이곳 원룸에서 자취나 하숙을 하면 주민 소득에도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

 

집은 편안하게, 골목은 정감있게

거점지역 설치가 끝나면 도시기반시설을 정비한다. 가스관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지역의 오랜 숙원 하나가 해결되는 것이다. 겨울마다 높은 난방비로 몸살을 앓는 주민들은 "도시가스만 들어와도 살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4m 이상 규모의 도로를 새로 설치하거나 기존 도로 바닥을 수리하고, 경사가 심한 곳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한다. 노인과 장애인이 다니기에 안전한 길을 만들자는 것이다. 소방차가 못 들어오는 좁은 골목이 많기 때문에 곳곳에 소화전도 새로 설치해야 한다.

또하나 이 마을 대안개발의 중점사업은 '경관협정계획'이다. 서울 성곽을 따라 아기자기 골목길이 펼쳐지는 지역의 가치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사실 주민들에겐 가난의 풍경이지만, 외지인들에게 이곳은 서울에서 '동네'의 정취가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골목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자연 지형에 맞춰 길과 계단을 내고 집을 짓다보니 개성이 강하다. 지붕에 정원을 만들어 야생화를 기르는 주민도 있다.

대안개발연구팀은 이같은 특성을 최대한 살릴 계획이다. 주택을 정비할 때 마을 경관과 어우러지도록 지나친 원색을 배제하고 천연자재를 사용한다. 불필요한 담장을 허물어 작은 정원을 가꾸고 이웃이나 방문객과 함께 마당을 공유한다. 골목에는 평상이나 의자를 놓아 주민들의 쉼터로 활용한다.

이는 지역내 소득 및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된다. 서울성곽과 인근 낙산공원·총무당 등 역사문화자원을 연결해 장수마을을 트레킹 코스로 만든다면, 이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먹을거리나 기념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일부 주민들은 문화유산 안내자로 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망해봐야 환상을 버린다"

장수마을의 대안개발이 복잡한 것은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서울시 경관협정, 한옥개보수 지원 등 다양한 주거 관련 제도가 조금씩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는 대안적인 개발제도가 부재한 한국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다른 지역에 많이 적용되는 주택재개발 사업은 장수마을에서 추구하는 대안개발과는 거리가 가장 멀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도 처음부터 대안을 택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가시적 정비효과가 큰 아파트형 공동주택 방식에 호감을 보였다.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건축비용은 물론 토지사용료 변상금 부담이 너무 컸던 것이다. 대안개발계획대로 저렴주택을 짓거나 부분 개보수만 해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공공인 SH공사나 한국해비타트가 사업시행 및 시공에 참여하고 각종 지원을 받아야 개발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대안개발모임이 만난 한 할머니는 "재개발하면 1억씩 내고 들어갈 수도 없고 여기서 나가는 거지"라고 잘라 말했다. 이강제 대표는 "(대규모 재개발을 하는) 다른 지역이 부럽지만 어쩌겠냐, 우리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적의 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성북구 삼선4구역 장수마을의 가파른 골목길. 공공미술가들이 이 곳에 주민 쉼터인 '쌈지공원'을 만들 예정이다.
ⓒ 대안개발연구모임
대안개발

그러나 이 가난한 동네에서도 집을 둘러싼 주민들의 이해관계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 대표는 "물과 기름"이라고 표현했다.

아무래도 지역에 살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가옥주라면 재개발 이득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변상금도 내기 힘든 영세 가옥주거나 세입자들은 도시기반시설이나 주거환경만 고쳐서 계속 거주하고 싶다는 바람이 크다.  

남철관 성북주거복지센터 사무국장은 "그나마 사업성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대안개발에 관심을 갖는 것이지, 서울의 다른 지역에선 씨알도 안 먹힌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사업이 한 번 완전히 망해야 주민들이 부동산 대박의 환상을 깰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금도 원주민 대다수가 보상 없이 쫓겨나가는 것이 재개발의 현실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나는 절대 철거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한 재개발제도 개선은 어림도 없다는 것이 지난 1년 반 대안개발 연구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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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헌책방거리 보존’ 시민들 한목소리

“인천시는 배다리 일대를 역사·문화지구로 지정하고 민관 전문가들이 함께 머릴 맞대 새로운 문화명소로 가꿔야 합니다.”

배다리를 지켜내기 위한 시민들의 힘겨운 싸움이 멈추지 않고 있다. 보존과 역사적인 가치의 재발견을 주장하는 시민들과 달리 시는 개발과 파괴로 여전히 의견을 달리하며 첨예한 대립각을 꺾지 않고 있다.
배다리를 지켜내기 위해 머릴 맞댄 시민들이 29일 또 다시 뭉쳤다. 지난달 18일부터 시작한 ‘배다리 책방거리 보존 및 에코뮤지엄(역사문화마을) 조성을 위한 배다리 역사·문화지구 지정 촉구 시민서명운동’ 결과를 들고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인천시까지 직접 방문해 시민들의 성원과 지지를 알렸다.

한 달 남짓 서명운동을 벌인 결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배다리를 지켜내자는 의견엔 모두 하나였다. 배다리에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들은 물론 배다리를 찾은 외국인들까지 모두 5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다리를 지켜내자는 데 뜻을 같이하고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현재 인천시는 배다리 일대를 산업도로 공사를 이유로 갈라놓은 데 이어 도시재생 명분을 들어 이 일대를 전면적으로 밀어내는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 촉진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배다리를 지켜내자는 이들의 노력에도 안타까운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배다리 일대 고서점들이 전면 철거된 후 그 자리에 ‘정보도서관’이 들어서고 주변은 ‘옛 고서적 거리의 흔적이 남아있는 공원’으로 조성된다. 또 이곳에 ‘독서의 분수’, ‘야외 카페테리아’, ‘야외 테크’를 만들어 놓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배다리를 가꾸는 인천시민모임의 입장은 단호하다. “현재 멀쩡히 살아있는 문화를 모두 없애고 개발하겠다는 논리는 박제화·경관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럴싸한 문화의 외피를 입혀 이 일대의 개발을 정당화하는 것은 서울 피맛골의 파괴상을 그대로 본뜨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낸다.

현재 배다리를 지켜내고자 하는 시민모임은 크게 세 부류다. 배다리를 가꾸는 인천시민모임을 비롯해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계획 관련 배다리 주민·상가 대책위원회와 중·동구 관통 산업도로 무효화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가 참여 중이다. 때론 이들 모두 개발에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이들이 내세우는 궁극적인 방향은 늘 한결같다.

이미 세계 석학들이 세계도시축전 기간 내 컨퍼런스에서도 밝혔듯이 이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도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과 무엇보다 원주민들을 배려한 도시 개발 정책을 시행할 것을 주장한다. 특히나 고층 빌딩아파트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개발 방식은 다른 도시와도 차별화할 수 없음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배다리를 지켜내고자 하는 시민들은 그 해결 방법으로 ‘역사·문화지구 지정’을 요구한다. 또 살아있는 인천 역사 문화의 보고를 지켜내기 위해 ‘배다리 에코 뮤지엄’을 제안하기도 한다.

인천 배다리는 결코 오래된 도시의 이미지만을 갖고 있진 않다. 역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항상 실험하고 새롭게 탈바꿈하는 곳이 바로 배다리이기도 하다. 중구 개항장과 함께 인천의 마지막 남은 역사 문화공간으로서 이곳은 오래된 헌책방 거리뿐만 아니라 시 지정 유형문화재 근대건축물 3동이 어우러진 인천 근현대 역사 문화유산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다. 더불어 시민들과 예술단체들이 중심이 돼 ‘띠앗’ 등 자신들만의 통화와 커뮤니티를 만들어 자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29일 이들은 인천시장 비서실을 비롯해 시 도시재생국, 건설교통국, 문화체육관광국을 잇달아 방문해 배다리를 지켜내고자 하는 자신들의 의견서를 전달한 상태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배다리를 지켜내고자 하는 시민들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며 “힘없는 시민들이 시를 상대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천의 역사화 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김지환 기자, 200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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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지고, “휴먼타운”이 뜬다면?

서울휴먼타운,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지구단위계획

유나경 도시연대 회원/주)코레스 도시환경연구소 소장

‘아파트공화국...’

프랑스 지리학자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 교수가 쓴 책 제목이다. 그 내용을 떠나 제목만으로도 슬픈 현실이지만 오늘날 서울을 이보다 적절하게 묘사한 말이 또 있을까?

그런데, 십년도 넘게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사업 등을 통해 “아파트공화국”을 만드는데 공을 들였던 서울시가 지난해 평범한 작은 동네를 대상으로 동네 골목길 등 생활환경을 개선하여 살기좋은 마을을 만드는데 나섰다. 그것도 오래된 단독주택지를 철거하고, “나홀로 아파트”를 새로 짓는 수단이었던 “지구단위계획”을 활용해서 말이다.1

북촌, 서촌 등과 같이 전통적인 한옥주거지의 보전을 목적으로 공공에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기는 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렇게 작은 규모(5만㎡ 미만, 100호 정도)의 평범한 도심 속 작은 마을을 대상으로 별도의 공공 예산을 투입해서 법정계획을 수립한다는 매우 이례적인 “변화”라고 말한다. 게다가 “마을만들기” 방식의 주민참여가 공공이 수립하는 계획과정에 적용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한다.

운 좋게(?) 서울시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서울휴먼타운”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2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지구단위계획 및 시범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소개하고, 과연 앞으로 “휴먼타운”이 소위 “뉴타운”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어떻게 진행되었나?

2008년 말 선정된 시범사업 대상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수립은 2009년 5월부터 본격화 되었다.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곳은 강북구 인수동 능안골, 성북구 성북동 300번지 일대, 강서구 개화동 내촌마을, 강동구 암사동 서원마을 총 4곳이다. 면적 5만㎡, 주택 100호 내외로 기반시설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대상지별 지역여건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지구단위계획 시범사업”3은 크게 1단계와 2단계로 구분하여 계획되었다. 1단계는 2009년 4월 이후 시작된 시범사업의 지구단위계획 및 공공사업의 윤곽을 잡는 계획과정이고, 2단계는 이를 사업으로 실현하는 단계이다. 





  현재 계획수립이 완료된 1단계에서는 개별 마을의 주민커뮤니티를 구성하고 관련 주민참여를 통해 계획을 수립했다. 대상지별 주민간담회 및 주민면담의 기회를 가졌고, 공식적인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7월 이후부터는 주민대표로 구성된 주민협의체, 총괄계획가, 전문가, 행정(서울시+자치구 공무원)이 참여하는 주민워크숍이 순차적으로 개최되었다.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마을만들기 방식의 주민참여가 계획수립과정에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계획초기부터 주민간담회, 면담, 설명회에 참여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기회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주민대표로 구성된 주민협의체 조직은 수차례 진행되는 주민워크숍에 직접 참여하여 마을의 구체적인 이슈를 전문가와 행정과 협력하여 논의하는 과정을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목표이미지 게임’, ‘마을지도’, ‘디자인카드’, ‘모형’ 등 주민이해를 돕는 다양한 도구가 활용되었다. 이와 같은 주민이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마을이슈에 대해 주민합의를 형성해 가는 계획프로세스를 구상하였고 이를 적용하여 계획을 결정하였는데, 주민들의 합의된 내용이 지구단위계획안에 반영되고 마을특성에 맞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도출되었다.

2단계 사업은 1단계에서 마련한 계획을 실현하는 실행단계이다. 1단계에서 우선순위로 선정된 마을의 물리적 환경개선사업을 시행하고, 주민협정의 체결하는 단계로서 현재 강서구를 제외한 3개 마을에서 추진 중에 있다. 

서울휴먼타운, 과연 재개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시범사업 대상지는 자연경관지구와 취락지구이다. 이미 도시계획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이, 건폐율 등 도시계획적 제한이 많은 지역이다. 처음에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다는 사실에 또 다른 “규제”를 우려하는 주민이 많았다. 어떤 주민은 우리 동네의 집 값이 상대적으로 싼 이유가 바로 이와 같은 규제 때문이니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계획에 동참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마을에 불법주차, 소음, 경관 등 정주환경을 위협하는 가스충전소나 주류창고와 같은 시설을 제한하는데 “지구단위계획”을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이와 같이 주민의 불편함을 듣다보면, 공공이 큰 돈을 들여 해결해야하는 일도 있지만, 지구단위계획과 같은 관리수단을 활용하거나, 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지구단위계획에서는 계획과정에서 마을의 문제를 진단하여 처방한 결과를 공공과 주민이 서로 공유하면서, 마을의 정주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활용하고, 공공에서 적극 “지원”함으로서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협정”을 통해 주민의 역할을 정하고, 마을의 특성을 강화함으로서 더 나은 마을로 “가꾸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시범사업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나, 참여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구단위계획”은 규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주민 스스로 담장의 높이를 제한하고, 심지어 높이와 용도의 추가적인 제한을 요청하기도 했다.

여기에서는 강동구 서원마을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취락지구인 서원마을에서는 3층 건축이 가능하지만, 주민 요구에 의해 2층 8m로 제한하게 된다. 맨 처음 계획안을 작성할 당시 개발제한구역인 서원마을은 이미 제한이 많은 지역으로 규제에 상당히 민감할 수 있기 때문에 경사지붕을 조건으로 한 3층 11m의 높이계획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부동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 3층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큰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을 고유의 특성인 햇볕이 잘 드는 마당을 “지키기” 위한 소박하고 조용한 주민의 웅변으로 주민설명회 당시 별도의 의견조사가 제안된다. 큰 기대 없이 결과를 기다리던 우리에게 “전체 응답자 중 85.7%가 서원마을의 높이를 2층 8m로 하기로 결정했어요.”라는 연락이 왔다.4 주민 스스로 합의와 선택을 통해 결정된 계획으로 작지만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정말 특수한 사례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마을의 높이를 완화해주세요, 용도지역을 상향해주세요” 하는 요구에 익숙해 있던 서울시에게 이와 같은 결과는 매우 신선하고 고무적이었다. 어쩌면, “서울휴먼타운”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민선5기 주거지 정책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기 시작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아니었을까?

 

서울시, 아파트공화국 오명 벗을까?...서울 주거 ‘뉴타운’ 지고 ‘휴먼타운’ 뜬다...아파트공화국 서울, 휴먼타운 뜨나...아파트·골목길 장점 모은 신개념 '서울휴먼타운'...아파트와 주택 장점 살린 '서울휴먼타운' 조성...주택단지에 아파트 장점 결합 '휴먼타운' 조성...서울시, 신개념 저층주거지 '서울휴먼타운' 조성…아파트 위주 개발 탈피...‘서울 휴먼타운’ 기대할 만 하다....

언론 보도의 타이틀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서울시가 계획하는 “서울휴먼타운”은 단독주택 뿐 아니라 다세대ㆍ다가구 주택 밀집지역 등 저층주거지를 보존하면서 보안·방범 및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아파트의 장점과, 골목길과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저층주택의 장점을 하나로 통합하는 저층주거단지이다. 대상지는 10만㎡ 안팎의 다세대 · 다가구 밀집지역 가운데 편의시설이 부족하거나 5만㎡ 안팎의 단독주택지 중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자가(自家) 비율이 높은 지역 등으로 해당 구청이 시에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 선정되는데 2014년까지 서울시에 4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휴먼타운이 아직 완성되지는 못했지만, 한 번에 새로 만들기 보다는 기존에 있는 특성을 잘 살려서 조금씩 고쳐 나간다는 점, 그 대상이 기존의 작고 다양성을 갖는 서민의 공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공동의 생활환경에 대한 불편을 공공과 함께 해결해간다는 점, 계획의 중심에는 그 곳에 사는 사람이 있다는 점, 지구단위계획이라는 법정계획을 활용해 안정적인 정주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점 등 계획의 기본취지만 잘 살린다면, 그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서울시의 단독주택지역과 다세대 다가구 지역은 대부분 언젠가는 ‘재개발’ 되어 ‘아파트 단지’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 낙후된 지역들로 간주되어 왔던 상황이었다. 이와 같이 기존 주거지를 철거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재개발 위주로 편향되었던 서울시 주거지 관리정책의 불균형이 “서울휴먼타운”을 계기로 삶의 터전으로서 마을을 만드는데 행정과 예산을 나누어 그 균형 감각을 찾길 기대한다. 그렇다면, 충분히 “서울휴먼타운”은 재개발의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가 정말 중요하다.

“서울휴먼타운”이 주거지 정책의 새로운 대안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울시 뿐만 아니라 자치구와 예산부서 등 해당사업과 관련된 공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주민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바로 지금 공공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계획이 혹시 나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계획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렇게 힘들게 쌓았던 신뢰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러나 공공에서 약속했던 사업이 지연되고 축소되면서 벌써 결정된 지구단위계획이 규제로 부각되는 경우가 있다. 자치구의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서 당초 자치구가 약속했던 예산의 집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취지나 과정은 생략된 채 “왜, 이렇게 조그만 동네에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단독주택 살 정도면 부자 아냐? 왜, 부자 마을에 공공예산을 쓰지?”라고 한다. 어떤 이유로도 일단 집행될 예산은 몇 개월 동안 워크샵, 설명회, 면담 등 다양한 만남을 통해 만들어진 주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 주민은 주민대로 건축물의 용도나 규모, 형태, 재료, 담장의 높이 등을 약속했다. 서울휴먼타운의 중심에 주민이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물리적 측면의 공공사업에 대한 지원이 더 크게 부각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주민참여의 기회를 조성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조금 다른 생각도 해본다. 강동구 서원마을에는 전체 156세대 중 97세대가 세입자이다. 전체 58동 중 16동을 제외한 42동에 2세대 이상이 세를 들어 살고 있다. 보통 시민이 거주하는 저층주거지의 저렴한 주택은 바로 서원마을과 같은 주택지를 통해 훨씬 더 많이 공급된다. 우리는 재개발을 통해 임대주택이나 장기전세주택을 마련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1. 노후도 등 기준에 적합한 지역에서 주민이 제안하는 경우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용도지역을 상향해서 아파트 재건축이 가능하다.
  2. 당초 서울휴먼타운은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지구단위계획 시범사업”으로 시작되었다가 2010년 4월 주택국 주거정비과에서 다가구 다세대 주택밀집지역의 정비예정구역 해제지역을 중심으로 저층주거지 정비를 위한 “리빙타운사업” 추진을 발표하면서, 2010년 4월 14일 서울시장 방침에 따라 여러분야에서 혼용되어오던 “마을만들기”용어를 대신하고, 적극적인 저층주거지 관리를 위해 도시계획국 도시관리과의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지구단위계획‘과 ’리빙타운‘사업을 통합하여 ”서울휴먼타운“조성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3. 현재는 각 마을별로 “서울휴먼타운 서원마을 지구단위계획, 서울휴먼타운 능안골 지구단위계획, 서울휴먼타운 선유골 지구단위계획”으로 최종 고시되었다.
  4. 자료작성부터 총회 개최, 수거까지 주민 스스로 진행하여 2010년 2월 25일 마을총회를 통해 주민 스스로 2층 8m로 결정 (총 응답자 56동 전체 64동 중 48동 찬성: 11M, 3층: 8동 (14.3%)<8M, 2층: 48동 (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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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세상 꿈꾸는 ‘대안 개발’ 온다
투기꾼 배불리는 재개발은 가라
한겨레 김기태 기자 송인걸 기자기자블로그 신동명 기자 메일보내기
» 지난해 11월 서울 성북구 한성경로당에 모인 주민들이 삼선4구역의 대안 개발을 위한
 주민 워크샵에서 추억지도(아래 그래픽)를 만들고 있다.(왼쪽 사진) 주민들이 주도하는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부산 물만공동체 주민들이 2004년 마을회관 앞에 모여 찍은
 사진. 성북주거복지센터 제공, 부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원주민은 쫓겨나
고, 소형 주택은 사라지고 있다. 주택 형태도 아파트로 획일화하고 있다. 투기 세력과
건설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현재의 재개발에 대한 반성으로, 서울과 대전·부산에서 대안
적인 재개발 실험이 힘을 얻고 있다.

‘지역 특색 살리기’ 성북 삼선동

■ 주민과 손 잡은 단체들 지난해 6월 성북주거복지센터, 녹색사회연구소 등 5개
단체들은 대안개발 연구모임을 결성했다. 서울시 성북구 삼선4구역의 개발 모델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이 지역은 서울 성곽 등 문화재를 끼고 있고, 급경사 구릉지여서
사업성이 적은 곳이었다.

이 모임은 “인간·문화·역사·환경이 있는 마을의 재구성을 위한 대안적 재개발 계획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곧 구역의 현황을 조사하고, 주민 117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또 두 번의 주민설명회와 주민워크숍도 열었다. ‘개발, 그 속내
를 드러내’라는 주제로 진행된 1차 워크숍에서는 주민들이 모여서 재개발에 대한 우려
를 공유했고, 지난 11월에 열린 4차 워크숍에서는 ‘우리 마을에 맞는 개발 방식은 무엇
일까’라는 주제로 전문가의 강연을 들었다.

올해엔 주민들이 스스로의 모임을 만들고 개발계획의 마스터플랜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주원 나눔과 미래 지역사업국장은 “원주민이 쫓겨나는 재개발이 아니라, 주민이
중심이 되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나아가도록 구청과 시를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적의 공동체’ 부산 물만골

■ 주민이 주도하는 개발 부산 연제구 연산2동 물만골은 대규모 재개발에 함께
맞섰던 주민들이 개발의 주체로 나선 곳이다. 이곳 1500여 주민 대부분은 무허가 철거
민들로서, 아파트 중심의 개발에 맞서 1999년 공동체를 구성했다. 이들은 안정적인
주거를 위해 한 푼 두 푼 모아 공동으로 땅을 사들이고 있다. 이렇게 사들인 땅은
개인의 지분만 인정하는 공동소유로 등기돼 있다. 물만골 공동체는 올해 주민 뜻에
따른 지구계획을 만들어 마을 발전 사업을 본격화하고, 경제적 자립기반을 만들고자
협동조합을 결성할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가 최근 이 지역 8만여㎡를 자연녹지에서 자연취락지구로 변경하려 하고
있다. 자연취락지구로 바뀌면 땅값이 올라 토지매입이 어려워지고 주민 발의 지구계획
도 불가능하게 된다. 주민들이 지금까지 매입한 땅은 1만6천여평, 앞으로 3만평 확보
를 목표로 하고 있어 갈 길이 멀다. 김이수 공동체 운영위원장은 “부산시의 개발정책
대부분이 주민의사와 무관하게 물량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며 “물만골에서는 주민들
의 뜻을 시에 분명히 전달해 용도 변경을 막겠다”고 말했다.

‘관 주도 무지개 프로젝트’ 대전시

■ 일찍 눈 뜬 대전시 대전 무지개 프로젝트는 지방정부가 주도한다는 특징이 있다.
대전시는 2006년 판암동을 시범사업 지구로 정하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는 사업
비 235억7천만원을 확보하고 태스크포스 14개를 꾸렸다. 그리고 지역주민과 단체를
대상으로 무지개 프로젝트를 알리는 설명회를 아홉차례 열고 여론조사를 벌여 주민들
의 뜻을 모았다.

먼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먼저 낡은 집을 고치고 자투리 땅에 공원을 만들고 골목길
벽들을 밝게 색칠했다.

또 지역 실정에 맞춰 △알코올 상담센터 △장애인 주간보호 센터 △청소년 방과후 교실
△청소년 생활영어 교실 △복지관 공부방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노인 무료급식,
독거노인 도우미파견, 새터민 정착지원, 여성취업교육 등을 확대했다. 환경이 바뀌자
가난으로 속앓이하던 저소득층 주민들이 서로 문제를 이야기하고 스스로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제안도 잇따랐다. 대전시는 이런 호응에 힘입어 2단계로 월평2동과 법동,
3단계 문창·부사동 사업까지 확대했다.

김기태 송인걸 신동명 기자 kkt@hani.co.kr (2009-01-11, 한겨레)